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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96 조회수 2529
작성자 이청(이태걸) 작가 (www.rootgo.com) 작성일 2013.07.16
제목 강을 건너는 나그네들을 위하여


죽음은 이 모든 존재의 자기 완성이다. 석가도 그랬던 것이고
후대의 조사스님들도 그랬다. 우리 또한 그럴 것이다.
인생은 죽음에 의하여 완성되고 해탈의 길도 그곳에서 완성된다.
비로소 석가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강을 건너는 나그네들을 위하여

작가의 말 / 이 청(이태걸) 소설가
석가의 생얼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을 평생 지니고 살았다. 아난다의 기억이 풀어내기 전의 그 위대한 각자의 법문 자리 말석에라도 앉아 있고 싶었다. 마명(馬鳴)과 무착(無着), 세친(世親), 용수(龍樹) 같은 석학들이 출현하여 석가의 가르침 주변에 담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발라 불교라는 이름의 화려한 집을 짓기 이전의 소박한 석가, 중국 사람들이 그들의 도(道)를 덧입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둔갑시키기 이전의 석가를 만나고 싶었다. 물론 가당치 않은 소원일 뿐이었다. 그런 욕구를 한 자락 깔고 인도를 몇 번 여행했으나 여행은 역시 여행으로 그쳤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인도의 옛글도 모르는 주제에 어찌 그분의 행적을 밟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기적이 생겼다. 이 땅에서 나와 같은 욕구를 지니고 있던 유능한 사람들이 갑자기 그 동안 소승불교라 하여 밀쳐두었던 근본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그 방면에 대한 연구를 왕성하게 하는가 하면 비교적 석가의 생얼에 가까운 육성이 담긴 경전들을 번역하여 출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글의 말미에 붙여놓은 ‘참고서적’들 중 상당수가 그런 노력으로 간행된 것들인데 그런 책들이 나왔기 때문에 내가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음을 밝혀두려고 한다.
내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울이 많은 편지글에서 철학적 소양을 보태어 어지럽혀놓기 이전의 예수의 생각과 행적을 알고 싶었고, 동중서(董仲舒)가 통치이념으로 색칠하기 이전의 공자(孔子)의 생얼도 만나고 싶었다. 그래야 그 자리에서 나도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석가를 만나본 기록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나는 평생 길을 묻고 다녔다. 주로 산사(山寺) 부근이었다. 스님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 자신이 가고 있는 길, 그들의 스승이 가르쳐 준 길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 스님들도 잘 모르거나 엉뚱한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더 이상 물으러 다니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스승이 가르쳐 준 길을 어디쯤에선가 갈림길에서 선택을 잘못하여 너무 먼 땅으로 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내 발길을 잡았다.
마침내 막다른 곳에 닿았다. 거기서부터는 길도 없었고, 그 위대한 스승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가다가 그런 곳을 만난다. 여행자는 반드시 막다른 절벽 앞에 선다. 어떻게 하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스승은 일러주었다. 그 말이 지침이다. 혼자서라도 가야하는 것이다. 그래야 산의 정상에도 오르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이쪽 언덕에 올라설 수 있다. 강을 어떻게 건너느냐 하는 것은 또 다음의 문제다.
이 한 권의 책은 이쪽 언덕에 서서 대안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여행자의 기록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니 그 경험을 몇 사람의 독자와 나누어 갖기 위해 구차스럽게 문자를 낭비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와 비슷한 길을 가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언젠가 더 좋은 기록을 남기도록 자극을 주려는 뜻도 있었다.
2013. 봄. 李淸

이 청 / 작가약력
이청(본명 이태걸)은 1945년 울산에서 태어나 출가와 환속을 거듭하고 교사, 기자, 르포 작가, 사사편찬 등의 직업을 두루 거쳤으며,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권의 저술을 남겼다.
특히 2002년부터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창작의욕을 불태워 왕성한 저술활동을 해 왔으며, 2011년 교단을 떠난 이후 용인 수지의 집과 경주 수곡사, 지리산 문수골 등을 오가며 집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사바행>, <회색의 봄>, <우리들의 초상>, <부처님 동네>, <우리 옆에 왔던 부처>, <사리>,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신의 여자>, <대한국인 안중근>,<은어낚시>,<대한민국 멸망>. <마지막 풍수>(이상 소설)와 <화두의 향기>, <이 뭣고>, <제3공화국 경제 비화>, <7번 국도를 걷다>(이상 비소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