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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93 조회수 2180
작성자 이청(이태걸) (rheeccnng@naver.com) 작성일 2012.06.22
제목 7번 국도를 걷다 책을 내면서 / 이청

작가의 말
내가 소설이라는 양식을 택한 것은 그것을 통하여 ‘자유’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이라는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라는 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했다. 이 소설은 그런 내 노력(몸부림)의 한 가닥이다.
태어나 걸음마를 배운 이후 줄곧 걸어왔다. 어디로 무엇 때문에 가는지 꼭 이유가 있어서 걷는 것만은 아니었다. 걷다보니 걷는 그 자체가 좋았다. 특히 별 생각 없이 호흡하며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걸을 때였다. 처음에는 백두대간을 걸어서 종주하고 싶었다. 그 계획을 누구에겐가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죽을래?”였다. 죽자고 하는 일은 아니었으므로 포기했다. 리비아의 사하라사막에 가 보니 조금만 더 젊었으면 이 사막을 건너보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에서는 아예 안나푸르나든 에베레스트든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결론은 역시 “죽을래?”였다.
어느 해 여름 찌는 더위에 지리산 둘레 길을 걷고 이듬해에는 고향 울산을 출발하여 지금 살고 있는 용인 수지까지 3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강원도 고성의 휴전선에서 출발하여 울산 무룡사까지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을 걸었다. 내가 사는 것은 쓰든가 걷든가 둘 중의 하나였다. 걸어서 좋은 것은 걷는 동안에는 생각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생각이 일어난다. 그것을 억지로 밀어내기 보다는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챙겨 두었다가 이게 뭐냐? 살펴 본 후에 한꺼번에 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걸으면서 두서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보니 역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 이 소설은 그러니 생각을 버리기 위해 모아 본 생각들이다. 이런 것이 소설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데는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이미 소설이라는 양식은 구속의 틀이므로 이 틀마저 어떤 방식으로든 깨부수고 싶었다. 내 의도가 잘 됐는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
요즘 나는 다시 지리산에 들어와 있다. 구례군 토지면 문수골이다. 여기서도 걷는다. 천왕봉과 노고단이 등 뒤로 보이지만 그런 이름난 봉우리에 오르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저 산 중턱에서 헤맨다. 왜냐고 물으면 그저 웃을 뿐이다. 사는 게 그런 것 아니냐? 하고.

2012년 봄
지리산에서 李 淸.